장례식장에서 남편과 절친의 불륜 까발린 에피소드 푼다

2022. 11. 26. 15:12Contents/드라마

자극적이고 강렬한 제목에 깜짝 놀라셨나요? 

대뜸 걸어와 고인의 친구라 주장하는 여자의 뺨을 내리치는 장의사 동주(혜리).

"얘는 우리 애 친구예요." 동주의 행동에 경악하며 고인의 친구를 감싸는 유족들. 

동주가 그 소리를 무시하며 한 번 더 때리려 손을 올리는데, 그때 튀어나와 친구를 격렬하게 끌어안으며 보호하는 건 다름 아닌 고인의 남편...? 

"아니 황 서방 자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는 장모와 처제. 

사방으로 흩날리는 사진들. 그 속엔 불륜을 저지른 고인의 남편과 친구가 있었다!

해당 내용은 MBC 수목드라마 <일당백집사>의 첫 장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고인과 무연이던 동주는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비밀은 그녀가 가진 신비한 능력에 있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의 장의사 동주와 심부름 업체의 '일당백' 집사가 부딪히며 벌어지는 성장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 바로, <일당백집사>이다. 동주의 능력으로 남편과 친구의 불륜을 통쾌하게 폭로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다니, 이 드라마 처음부터 뭔가 남다르다. 이 작품은 <사랑과 전쟁>의 주역들이 총출동하여 화려한 개막을 하더니 첫 화에 남녀 주인공이 이별을 속삭이는 등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로 인기몰이 중이다. 감각적인 판타지 힐링 드라마로서 앞으로 시청자에게 더 큰 감동과 웃음을 안겨줄 <일당백집사>의 관전 포인트를 함께 짚어보자!

POINT 1. “장의사”란 직업적 편견 탈피하기

 

“네 손 잡기 싫어졌어. 그런 일 한다니까 네 손 끔찍해서 못 잡겠어.”

“(아이의 손을 닦아주며) 저 누나 손 절대로 만지지 마! 지지야.”

차례로 장의사인 여자 주인공에게 전 남자 친구와 가식적인 한 상주가 한 말이다. 뭐 저런 인간이 있나 싶은 정도로 개념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불행히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두가 무의식 중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죽음 자체가 그리움과 공포라는 양면적 감정을 모두 포함하기에 누군가의 죽음을 불행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다. 직업의 귀천은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남아있다. 장의사라는 직업은 결국 고인을 위하고 그리워하기 위해 태동했다. 살아생전 어떻게 살아왔든 말로는 예쁘게 차려입고 훨훨 날아가라고. 그 과정을 돕기 위해 등장한 직업이다. 그런데 죽음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삐뚤어진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건 모순된 일이다. 이 작품은 그동안 쉽게 조명하지 않았던 장의사의 고충을 통해 엇나간 모순과 편견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POINT 2. 롤러코스터를 타듯 예측불허의 스토리 전개와 낯선 듯 익숙한 소재의 발견

솔직한 마음으로 방영 전까진 해당 작품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죽은 이의 이야기를 듣고, 이승의 꼬인 인연을 풀어내는 과정을 담은 작품은 이미 많이 접해왔다. 그렇기에 스토리 전개도 일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방영 초반부터 이런 기우를 뒤집어버렸다. 흔한 예측을 묘하게 비틀어내며 진행되는 스토리 라인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예컨대 1화에선 오래전 헤어진 아들을 찾고자 하는 중년 남성의 일화가 나왔다. 남자 주인공과 같은 성씨를 가졌으며 묘하게 풍기는 분위기에 누가 봐도 남자 주인공이 아들이구나 성급하게 판단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들은 정말 따로 있었고, 남자 주인공은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다. 여기서부터 머리에 물음표가 뜨며 이 작품을 신중하게 보기 시작했다. 소재 자체가 가지는 ‘흔함’의 약점을 탈피하고 다양하게 변주하려는 감각적인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JTBC의 <청담동 살아요>란 작품에는 밈으로 화제가 된 에피소드가 있다. 전혀 기억에 없는 사람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가 마지막엔 상주 역할까지 해준 배우 우현의 일화였다. 버스비를 대신 내 준 작은 온정이 돌고 돌아 커져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진다는 주제를 담아낸 내용이었다. 이것이 은은하게 <일당백집사>에 녹아들었다. 남자 주인공은 심부름 대행으로 한 상주였지만, 사실 오래전 고인의 친절함을 얻었던 인물이었다는 설정에서 익숙한 정취가 느껴진다. 거기에 실제 우현 배우와 친분이 두터운 안내상 배우가 등장했다는 것도 인상 깊다. 이처럼 스토리 곳곳에 숨은 익숙한 소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POINT3. 감초 배우들의 매력 발산 

 

이제는 주인공보다 조연의 매력을 더 높게 쳐주는 시대가 왔다. <일당백집사>에도 극의 활기를 더하는 감초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능청맞은 코믹 연기로 웃음 사냥하며 남자 주인공과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는 이규한 배우, 짝사랑으로 가슴앓이 제대로 할 순박한 청년을 보여주는 송덕호 배우, 노는 거 엄청 좋아하는 개구쟁이지만, 따뜻한 어른인 동주의 외삼촌 오대환 배우, 남자랑 자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솔직 발랄한 서혜원 배우까지! 어떤 조합으로 만나든 기대 이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첫 화의 부재였던 ‘무엇이든 들어드립니다’가 결국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들어주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에 담는 행위와 짐이나 걱정 따위를 나누는 행위라는 중의적 표현을 잘 담아낸 단어이다. 경청하고 힘든 것을 나누고 돕는 것. 그것이 제대로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줄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