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7. 15:21ㆍContents/예능
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면 우리를 TV 앞으로 부르던 목소리가 있었다.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주말의 훤한 대낮, 도저히 공포물과는 관계없는 시간대이지만 늘 입을 틀어막고 보게 되던 그 신비한 방송.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이하 ‘서프라이즈’)
항상 중요한 부분에서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서프라이즈' 덕후로 유명한 도니
800회가 넘는 방송을 거쳐 간 재연배우들도 적지 않다.
일명 ‘서프라이즈 걔’로 유명한 이수완 씨는 현재 쇼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미 그는 2013년 ‘서프라이즈’를 그만뒀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은 그의 얼굴을 보고 ‘서프라이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행사의 신 장윤정 씨와 요즘 육아에 전념하시는 샘 해밍턴 씨 또한 ‘서프라이즈’ 출신이다.
여전히 ‘서프라이즈’를 지키고 있는 낯익은 얼굴도 많다.
김하영 씨는 14년째 미녀 역할을 도맡고 있다.
박재현 씨, 김민진 씨도 ‘서프라이즈’의 대표 배우분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낯익은 배우들을 여전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반갑고도 즐거운 일이다.
그렇다면 ‘서프라이즈’의 롱런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한결같음’이 아닐까 싶다.
익숙한 배우들뿐 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만드는 성우의 목소리도 변함이 없다.
홍승옥 성우와 최원형 성우의 쫀득한 목소리를 들어야 일요일 아침이 완성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애청자들이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엉성한 소품과 세트에 매력을 느낀다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다.
다만 프로그램의 한계 또한 이 ‘한결같음’에 있다.
2002년에 첫 방영한 이후로 16년째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큰 변화는 없다.
개편 때마다 코너를 새로 신설하는 등 나름대로 무언가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굳이 코너를 나눌 필요성조차 느끼기 힘들다. 비슷한 이름의 코너를 신설하고, 폐지할 뿐이다.
MC와 함께 했던 초기 쇼 형식을 버리고,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코너를 폐지한 정도가 16년간 중 꼽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들일 것이다.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서프라이즈’뿐만 아니라 장기 프로그램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소재이다.
800여 회 동안 회당 5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내보내다 보니 소재가 금세 고갈되는 것이다.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탕한 소재로는 더이상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히틀러나 외계인 등 특정 주제에 관한 에피소드는 ‘서프라이즈’의 단골 (사골) 소재이다.
약 10년 전 방영한 내용을 비슷하게 다시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부한 포맷을 애정으로 극복하는 덕후들 조차 반복되는 에피소드에는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방송에 사용할 에피소드가 부족하다면 잠시 쉬어가거나 한 회에 방영되는 에피소드를 줄일 수는 없을까?
세상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미스터리한 일이나 음모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밝혀진다.
신비한 일이 존재하는 한 ‘서프라이즈’같은 방송의 필요성 또한 계속될 것이다.
다만 ‘서프라이즈’가 과거에 인기에 기대어 방영하다 조용히 저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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