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2. 19:40ㆍContents/예능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후발주자를 괜히 힘 빠지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돌아온 마리텔을 환영하는 의견이 반, ‘형만큼 잘될까’하는 의견이 반이었다. 18회까지 달려온 마리텔 V2을 지켜본 나의 입장은 후자에 가깝다. 마리텔 V2은 시즌1에 비해 많이 아쉽다. 그 이유를 17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선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그들
마리텔 시즌1에서 인기를 끌었던 출연진들이 전부다 ‘프로 방송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게 중에는 ‘인터넷 방송’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고 이들의 어색함은 그 자체로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도 했다. <현피 끝판왕>의 일반인 출연진들에게도 이런 재미를 기대했다. 그러나 애매했다. 학생들에게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평가받는 선생님이 스스로 ‘재미있는 콘셉트’를 추구한 것이 문제였다. ‘얼음 공기’라는 생소한 게임, 학생들의 선생님 디스나 영상편지에는 큰 웃음과 감동은 없었다. 재미 포인트를 ‘어정쩡하게’ 아는 일반인을 방송이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마리텔 시즌1은 일반인 출연자의 어설픔을 매력으로 만들었다. 마리텔이 낳은 스타 모르모트 PD와 기미상궁 작가가 대표적이다. 카메라 뒤에만 있던 이들이 처음 카메라 앞에 등장했을 때는 모든 것이 어설펐다. 하지만 이들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았다. ‘카메라 앞이 어색하지만 열심히는 해보겠다’는 태도가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 것이다. 마리텔 V2에서도 일반인의 평범한 매력을 살렸다면 길이길이 기억남을 보물 같은 출연자를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좀비 연기교실>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신인 아이돌 특유의 의욕으로 AB6IX는 열심히 좀비를 연기했지만 팬이 아닌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는 특별한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시큰둥한 내 반응 앞에서 열연하는 이들의 노력이 조금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이들 멤버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이유로 해당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진부하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의욕 넘치는 신인을 제대로 빛내주지 못한 방송인 것이다.
감수성 없는 예능은 이제 그만
마리텔 V2이 방영되는 지금은 마리텔 1이 방영되는 시기보다는 조금 더 까다로운 세상이다. ‘고작 몇 년 차인데’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2015년, 2016년과 2019년은 엄연히 다르다. 요즘 사회에는 ‘감수성’이라는 말이 화두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다. 감수성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남을 깎아내리거나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을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유머’로 소비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은 다르다.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면 그냥 웃어넘기는 것이 아니라 ‘이건 좀 아니지’하고 지적을 한다. 마리텔 V2는 ‘감수성 사회’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든다.
<현피 끝판왕>에서 ‘선을 넘는’ 콘셉트로 활약하고 있는 장성규 아나운서가 그렇다. 일반인 출연자가 우기의 머리카락을 땋고 있을 때 그는 우기의 머릿결을 조롱하는 채팅 발언을 읽는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이다. 한창 활동 중인 아이돌이라면 머리 염색을 하거나 세팅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농담으로 웃어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1에서 고객들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긍정 멘트’로 화제가 됐던 차홍 디자이너를 생각하면 장성규 아나운서의 혼자만 재밌는 농담이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차홍 디자이너의 긍정 발언은 아직도 인터넷에서 스크린숏으로 회자되고 있으니 말이다.
<구라이브>도 마찬가지다. 김구라는 특수 동물을 키우는 출연자를 데려다 놓고 동물의 가격을 물었다. 출연자가 천만 원을 호가하는 금액을 이야기하자 ‘재테크되겠네’라는 자막과 함께 ‘터틀코인ㅋㅋ’이라는 채팅 멘트가 화면에 등장했다. 전문가의 특수동물에 대한 이해나 애정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동물을 물건이나 재산 취급하는 시선을 드러낸 것이다. 시즌1에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자랑하던 출연진과 강형욱 전문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출연자의 의욕은 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방송에 내보낼지 말지 결정하는 것, 또 이것을 어떻게 포장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그래도 마리텔 V2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
매화 아쉬움이 남아도 마리텔 V2가 형만 한 아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방송이 초반에 보여주었던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마리텔 V2가 아니었다면 원로배우 강부자가 축구 마니아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으며 공중파 방송으로 성교육을 받는 재미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걸쭉한 입담으로 배를 잡게 하는 배우 김수미가 ‘인방’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은 마리텔 V2의 가장 큰 성과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보물 같은 인물들을 찾아내고 신선함을 추구하던 초반의 행보를 계속 이어가면 하는 바람이다. 형만 한 아우는 세상에 많다. 마리텔 V2에 기대하는 것이다. 방송이 고군분투해 마리텔 시즌1의 후속작 이미지를 얼른 벗어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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