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8. 10:16ㆍContents/시사보도
요즘 내가 받는 가장 스트레스는 ‘검색’이다. 피할 수 없는 일상이자 애증의 관계다. 정보량이 어마 무시하게 커지고 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녹색 창에서 운영자가 설정해 놓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 때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의 추측 글들이 줄지어 뜨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특히 조회 수를 위해 ‘어그로’를 끄는 글 혹은 내용이 뒤죽박죽인 기사들이 상단에 노출될 때 상황 파악은 더 어렵다.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을 때, 우리는 검색을 한다. 특히 그것이 사회 이슈라면 처음부터 의견을 정해 놓지 않는다. 사실이 궁금할 뿐이다. 그런데 빽빽한 결과 페이지는 애초에 내가 무엇을 확인하려 했는지조차 잊게 한다. 꽤 심각한 문제다. 그런 내 고뇌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 김지훈은 ‘서처 K’라는 임무를 가지고 각종 이슈의 검색 결과를 해독해 준다. 페이크 뉴스가 판치는 현 한국사회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딱 맞춰 나왔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첫인상이었다. 최근 4화에서 다뤘던 ‘황교익 논란’과 ‘난민 수용’ 문제는 내가 평소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이슈이기도 했다.
황교익은 위선자인가?
음식 평론가인 황교익 논란의 경우 친일파부터 인성 논란까지 다양한 설전이 벌어졌던 이슈다. 검색 결과만 해도 기사 건수가 어마어마하다.
황교익의 인상을 먼저 짚자면, 행동 분석 전문가의 조언처럼 그리 남들에게 호감을 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표현도 매우 직설적이다. ‘떡볶이는 양념 맛으로 먹죠’, ‘불고기의 어원을 보자는 거죠’와 같은 건조한 말투는 언론이나 사람들의 오해(혹은 지적)를 받기 쉽다. 하지만 그의 방송과 라디오를 보고 들은 입장에서 그가 한 말들을 잘못 인용하는 언론이 성의 없어 보일 때가 많았다. 기사 제목만 보면 황교익은 떡볶이는 맛이 없다고 해놓고 떡볶이 광고를 찍고, 불고기를 일본음식이라고 주장한 것만 같았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누구도 하지 않았던 간단한 팩트체크를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최초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확인하려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 난민의 일반성?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난민 수용 문제에 관해서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스스로가 많은 것을 베풀고 있다는 착각이 진짜 페이크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상은 우리가 난민들에게 생계비 지원을 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또 마치 이슬람의 일반 교리인 것처럼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가 와전되어 한국 사회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도 완전한 왜곡이었음을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확인해 준다.
한 가지 추가했으면 좋았을 법한 내용은 한국의 난민 인정률과 심사제도다. 한국은 난민협약 가입국 가지만, 난민 인정률은 3.5%로 OECD 국가 중에서는 35위다. 매우 낮은 편이다. 난민 심사도 매우 까다로워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페이크 외에도 관련한 팩트를 짧게 덧붙여 준다면 더욱 완결된 느낌을 줄 것 같다.
난민 이슈의 경우에는, 내용을 구성하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나는 난민 수용 문제가 찬반 논리로 가는 구도 자체에 회의적이다. 난민을 수용 찬성 측과 이를 반대하는 집단 간의 틈새가 어쩌면 실체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난민을 수용한다고 해서 완전히 자국의 이익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수용하지 않는다 해서 꼭 국가 안보와 경제가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는 전반적으로 수용을 반대하는 측에서 생성한 가짜 뉴스들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동의하는 바이지만 팩트체크의 궁극적인 목적이 단순한 사실 확인보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함이라면, 국제적 책무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현실적 문제라는 점도 짚었으면 더 균형 잡힌 접근으로 보였을 것 같다.
반대되는 두 부류의 갈등으로 문제를 바라보기보다 잘못된 팩트를 정정하고, 더 나아가 어떤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진리에 가까운 것일지 고민하는 데까지 프로그램이 진화한다면,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독특한 시사교양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동안 누적된 엉터리 정보로 인한 스트레스들을 서처 K가 직접 나서서 파헤쳐 주는 형식이 매우 신선하다. 진실 규명에 있어 승자의 개념은 없다. 그곳에 다가서기 위한 고군분투하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더는 ‘그래서 누구 말이 맞는데?’라고 묻기보다 ‘그다음은?’이라는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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