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반인은 계속될 수 있을까? : 전지적 참견 시점, 매니저 분량이 사라지고 말았다

2021. 7. 21. 11:45Contents/예능

연반인: 리얼리티와 ‘예상 밖’의 상징

 

 ‘연반인’의 시대이다. 연예인 반, 일반인 반. ‘문명특급’을 대차게 이끌고 있는 재재, 한 마디로 열풍을 일으킨 펭수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들처럼 공식적으로 연반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존재 말고도 미디어에서 우리는 연예인은 아닌데, 그렇다고 일반인도 아닌 인물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고 있다. 

 화려한 장면, 눈을 사로잡기 위해 의도된 장면들에 대해 생긴 면역 탓일까? 요즈음에는 더 실제 같고, 갑작스럽고 또 의외인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TV 화면에 오래 출연하던 연예인보다 유튜브로 일상을 담아내는 브이로거가 더 유명세를 타기도 하고, 방송 내에서만 해도 숙련된 예능감이 선사하는 웃음 공식보다도 담백한 관찰 예능, 집 예능이 유행하며 ‘리얼리티’의 기준을 한껏 높이고 있다. 

 

 

 2020년에 밈이 된 '무야호~'처럼 전설 예능인 <무한도전>은 지나가는 행인의 우연하고 리얼리티한 순간을 포인트로 만들었다. <아빠 어디 가>는 연예인 아빠와 비연예인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워 순수한 돌발 상황들을 녹여냈다. 정제되지 않았다는 믿음이 주는 재미를 일찍부터 캐치해 ‘일반인인 동시에 스타’를 가능하게 한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연반인 시대’를 달리고 있는 현재, MBC의 현재 진행형 연반인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불안정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치 않은 주인공의 등장: 전지적 참견 시점

 

 2017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전지적 참견 시점>은 초반 그 신선함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연예인들의 스케줄 현장을 비추지만, 뻔하지 않도록 시청자의 시선을 살짝 비틀었다. 박성광이 아니라 그의 옆 병아리 매니저인 임송, 유병재가 아니라 예능감 넘치는 절친 매니저 유규선, 이영자만이 아니라 어색한 먹방 메이트의 케미를 자랑한 매니저 송성호가 주인공이 되었다. 매니저들의 각각 다른 모양의 ‘사회생활’이 시청자와 빠르게 공감대를 만들었고, 그 이입은 항상 주인공이던 연예인을 가까운 주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해 줬다. 새 관점으로 바라본 매니저와 연예인 사이의 케미는 여기에서만큼은 ‘두 주인공’으로 등장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그런데 현재의 전참시는 초반과 사뭇 다르다. 최근 회차에서는 공통적으로 매니저의 분량이 거의 증발했다. 그리고 이는 등장 연예인만의 비하인드 화면 증가로 이어졌다. 연예인이 스케줄 전후 집안에서 보내는 장면으로 채운 전참시는, ‘매니저도 종종 화면 내에 등장한다’는 정도를 빼면 <나 혼자 산다>와의 차이가 희미하다. 변화한 전참시는 이전과는 다른 무대가 되었다. 가수는 컴백, 배우는 개봉 영화 홍보를 목적으로 나오거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후 이사 중심 에피소드처럼 최근 흥행 셀럽들의 출연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아쉬움이 남았다. ‘누구나 활동 상황에 따라 나오는 전참시가 되었다는 것은, 전참시만의 색깔을 잃었다는 뜻이니 말이다. 

 단순히 장수 예능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시기 상의 숙제인 걸까? 또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원하는 제작진의 안일함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보다는, ‘비연예인’이라는 특이성이 초창기의 부스터가 되어 연반인 시대의 선두주자로 밀어주었다면, 그 반작용도 미리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초반 전참시는 매니저가 주인공이라 자연스러웠다. 담당 셀럽과의 케미, 매니저의 시선으로 푸는 에피소드에는 작위적인 연출이 적어 빠져들게 되었다. 이 신선함은 동시에 비연예인 출연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부담의 크기이기도 했다. 초창기에 연속 출연하며 전참시를 이끌던 매니저들은 점점 화면 밖으로 튕겨나갔다. 갑자기 쏠린 관심에, 근거 없는 비난이나 외모 비하까지의 어려움에 출연 이후 퇴사한 매니저들의 소식도 전해졌다. 게다가 회차를 거듭하며 등장한 일부 매니저 출연자의 부정적인 과거 행위들이 밝혀져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커다란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연예인 출연자에 비해 위험 부담이 크고, 시청자의 흥미를 단숨에 끌어내기 어려운 건 분명한 듯했다. 프로그램 출연 조건만 해도 매니저와 연예인이 세트로 등장 가능해야 하는데, 이미 스타성 있는 매니저들이 한 차례 매력적인 화면을 만들고 지나갔으니 말이다. 조건에 맞는 새 인물을 회차마다 찾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전참시는 어느덧 160회를 넘었다.

 

 

 되려 '일반인이라서'를 넘어

 

 연예인 바로 옆, 이야기 있는 연반인들 덕분에 참신했던 것이 되려 ‘일반인이라서’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역시나 일반인을 전면에 세우기엔..”이라는 말 앞에 적절한 답안은 무엇일까. 비연예인의 지상파 방송 출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결론 지어야 할까? 그러기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척하는 크리에이터와 셀럽이 떠오르고, 시청자는 이를 익숙하게 느끼는 시대이다.

 

 

 오히려 시청자가 일반인 매니저의 이야기는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덜어내도 좋겠다. '왜 나왔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현재는 연예인에게만 초점이 있는 출연이 비일비재하니, ‘이번 주엔 ㅇㅇㅇ가  왜 나올까?’ ‘매니저와의 어떤 관계, 어떤 에피소드일까?’라는 궁금증이 들지 않는다. 다시금 매니저의 시선이 주는 유일무이한 매력을 조금씩이나마 보여주면 좋겠다.

 2019년 출연했던 13인조 아이돌 세븐틴의 하루 식비 100만 원에, 음악방송 30명의 스태프가 동원된다는 점은 해당 가수보다 ‘초보 매니저’가 이야기할 때 더 흥미로웠다. 또 멤버 대신 리허설에 설만큼 춤을 잘 춘다는 슈퍼주니어의 ‘식구 매니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함께한 세월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했다. 사소하더라도 진짜인 에피소드에도 주목해본다면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고, 찾아온 ‘연반인의 시대’에 다시금 돌파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연예인만 주인공이지 않은 시대, 더 넓게는 특정 계열에 서 있는 인물만이 분야의 주체이지 않은 시대이다. “연예인도, 일반인도 아니고 그런 게 어딨어?”라는 생각보단 이제 대중은 유연하게 ‘걸쳐 있는’ 인물들에도 익숙해졌고, 오히려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 중첩적이기에 더 흥미롭기도 하다. 초반의 전참시가 발견했듯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그만의 매력이나 케미스트리에 주목 가능할 때, 진짜 ‘연반인의 시대’가, 조금 더 즐거움의 주체성을 나누어 갖는 시대가, 서로에게서 흥미로움을 찾아내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돌파구를 찾을 전참시가 이러한 관점의 반전, 발언권의 반전과 교차를 더욱더 흥미롭게 이어 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