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은 왜 아나운서를 할까?

2022. 8. 17. 11:21Contents/시사보도

이처럼 사랑스러운 영상이 뉴스에 나왔다면, 여러분들은 과연 믿으시겠습니까? 

이 믿기지 않은 일이 MBC 뉴스에서 일어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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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왜 거기서 나와..?

MBC의 자랑이자 명물인 정영한 아나운서가 <뉴스투데이>에 나와 소녀시대와 블랙핑크의 소식을 전하며 해당 안무를 춘 것이 연일 온라인에서 회자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분은 대체 왜 아나운서를 할까?’이다. 저렇게 흘러넘치는 끼와 유려한 춤 선,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당장 데뷔해도 이상할 일 없는 인재가 왜 아나운서를 선택했을까 싶었다. 춤을 추는 앵커라니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돌함이 꽤 싫지는 않다. 덕분에 블랙핑크와 소녀시대의 소식만큼은 명쾌하게, 그것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테니 말이다. 뉴스의 목적이 효과적인 정보 전달이라고 한다면, 이 혁명은 성공했다. 

사실 MBC 뉴스의 기행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나 혼자 산다> 예능 속 대파와 샤인 머스캣을 경작하는 장면을 물가상승의 심각성과 그로 파생한 새로운 문화 양상을 소개하는 데 활용한 전적이 있다. 비록 정치적 사안은 아니나 경제 및 문화예술 관련 보도 시 재미와 도전정신을 주입했다는 것은 뉴스가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앞선 두 사례는 정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던 뉴스의 장벽을 허물고,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어냈다. 일종의 ‘밈’으로 유명해졌지만, 결과적으론 사람들이 뉴스를 보게 했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뉴스는 친절하고 친숙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뉴스와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의 구현과는 무관해진 첨예한 당파 싸움과 외교 분쟁, 흉악 범죄의 증가와 솜방망이 처벌 등 부정적인 보도가 반복해서 쏟아진다. 귀를 기울이고 사회 부정에 분개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것이 반복되고 개선되지 않으면 누구든 돌아서기 마련이다. 범국가적인 경제위기와 맞물려서 당장 먹고살기 바쁜, 기계적으로 살아야 하는 퍽퍽한 일상에서 뉴스는 지나치게 무겁고 어두운, 어떻게 보면 지루한 매체가 되어버렸다. 거기에 설명 하나 붙지 않는 어려운 용어와 화려한 문장은 뉴린이(뉴스+어린이의 준말)의 입문을 어렵게 한다. 참 모순된 일이다. 국민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할 뉴스가 고고하고 우아한 체통을 지키느라 국민의 정서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뉴스를 보지 않으면 마치 세간에 어두운 어리석은 사람 취급한다. 속 시끄러운 얘기만 재미없게 늘어놓는 것은 생각도 못 한 채 말이다. MBC는 이러한 관행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상파에서 앵커가 마음껏 춤을 췄다는 것부터 달라지겠다는 그들의 결심을 잘 보여준다. MBC는 지상파 뉴스뿐만 아니라 <엠빅뉴스>라는 뉴미디어를 개설해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재미있고 친절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14F> 정기 웹 일간지를 만들어 뉴스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소식통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온갖 정보가 뒤엉켜 쏟아지는 시대에서 국민의 발걸음을 돌려 시대를 읽도록, 관심을 놓치지 않도록, 올바른 정보가 퍼져나가도록 돕는 것이 오늘날 뉴스의 역할이 되었다. 달라진 책임과 소명 차원에서 봤을 때 MBC는 그래도 태동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처럼 뉴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낮추고 국민들이 편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도록 친밀감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저분은 아나운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앞서 MBC가 뉴스의 관행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문장을 다시 정정하자면, MBC 사람들이 이러한 관행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 뉴스의 환골탈태에 앞장선 인물들이 바로 아나운서를 비롯한 보도국 사람들이다. 조선시대에는 따로 책을 읽어주는 노비, 이야기꾼 등의 직업이 있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양반가에서도 이들은 찾았던 이유는 세간의 이야기를 더욱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듣기 위함이었다. 어쩌면 뉴스, 보도국, 아나운서의 역할이 이 이야기꾼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뉴스도 아나운서도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적힌 글을 읽고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욱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전달할지, 어떻게 국민의 귀를 사로잡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저 벽에만 붙어있는 벽보에 그친다면 너무 비통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앞선 어리숙한 질문을 거둘 때이다. ‘왜 저분은 저런 끼를 가지고도 아나운서를 하고 계실까?’하는 질문이었다. 그런 끼를 가졌기에 어쩌면 아나운서에 적합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려 부끄러움은 던져버리는, 자신의 재능과 끼를 아낌없이 발휘하여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기에 아나운서가 잘 어울리는 것이다. 변화하는 뉴스의 흐름에 맞춰 즐길 줄 아는 사람이므로 아나운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비단 아나운서뿐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무대와 기반을 만들어준 스태프와 하나의 콘텐츠에도 열의를 쏟아내는 담당자들과 그 공로를 나눠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뉴스 발전을 위해 방송국 곳곳에 있는 여러 이야기꾼의 행보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면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