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조PD의 비틀즈 라디오》
입시 준비를 하던 언니는 매일 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엄마와 아빠는 일을 핑계로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지만 집에 홀로 남겨지는 건 나에게 너무 두려운 일이었다. 텅 빈 집에 남겨져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나는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웃음과 눈물이 담긴 사연을 듣다 보면 내 외로움은 금방 잊혔다. DJ가 주는 상품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어린 나에게는 남의 행운도 내 영웅담이 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라디오는 내게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어 즐겁게 했다. 다양한 음악을 듣기에 라디오 만한 것도 없었다. 우리나라 댄스곡과 전혀 다른 맛이 느껴지는 비틀스의 노래. 고급스러운 음색에 외국어 노래는 뜻은 모르지만 마음이 간질거..
2019. 7. 23.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