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를 훔쳐갔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특정한 장소의 모습이라든지, 그 날 같이 먹었던 음식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하다가, 상대방이 말하면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좋지 않은 기억력으로 황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라는 소설을 아주 유쾌하게 읽고 있다고 말했는데, "너 그거 나랑 같이 영화로 봤잖아!" 하는 대답이 돌아왔던 것이다. 그럴 리 없다. 내용 자체를 처음 보는 것이며, 영화 예고편을 다시 돌려보아도 생소한 장면이라고 말해도 "너 원래 기억력 안 좋잖아"하는 답답한 소리만 들었다. 억울한 마음에 짜증이 났지만 아무렴 어떠랴! 노인이 창문을 넘은 사실을 미리 알았든 몰랐든 내 인생에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닌 것을.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모호한 대답으로 화제를 돌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2019. 10. 24.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