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형식 혹은 스타일에 관하여

2019. 3. 7. 15:04Contents/시사보도

PD수첩의 형식 혹은 스타일에 관하여

‘미친 아파트 값의 비밀’



<PD수첩>은 1990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오랜 시간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주 <PD수첩>의 주제는 매우 당위적이었다. 현재 집값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5%대의 시청률이 나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다시 한번, 오랜만에 <PD수첩>을 보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시청한 <PD수첩>은 소재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조금 아쉬웠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PD수첩>은 2명의 서술자가 존재한다. 내레이션과 진행자. 지난주 <PD수첩>의 내레이션은 손정은 아나운서가 맡았고 한학수 PD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이 매번 이상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왜 서술자가 2명이어야 할까. 사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이는 큰 문제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생각해본다면 조금 이상한 일이다. <PD수첩>은 내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순간적으로 바뀌는 서술자는 꽤 이질적이다. 이 이야기가 누구의 이야기인지 당황스러워지는 찰나가 있다.




프로그램의 초반부 해당 에피소드의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학수 PD가 등장한다. 10월 23일과 30일에 방송된 에피소드의 제목은 ‘미친 아파트 값의 비밀’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한학수 PD가 등장하는 그 순간, <PD수첩>은 이미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그 ‘비밀’이 부동산 강사라는 점을 보여준다. ‘왜 다 말해주고 시작하는 거지? 설마 그게 다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해당 에피소드를 모두 보고 든 생각은 ‘그게 다네.’였다. 이후 방영된 장면들은 현상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보여주는데 그친다. 흥미로운 이야기적 구조를 만들기보다는 보도 자체에 집중한다는 인상이다.


이야기는 다시 2부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정부를 겨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화살은 다주택 보유자인 국회의원들을 향한다.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듯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의 의원들을 모두 1명씩 차례로 보여준다. 이후 장면들은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시민들이다. 이야기는 다시 정부로 향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집값 폭등으로 집을 구하지 못하게 된 시민이다. 논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결말 역시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역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데 열중한 나머지 이야기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 이는 마치 좋은 선물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선물하는 것과 같다.



쇼트를 붙이는 방식은 오히려 교묘하게 느껴졌다. 어떤 영상이 촬영된 것이고 어떤 영상이 기존에 존재하는 영상인지, 또는 재연하는 영상인지 순간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화면 사이사이에 재연이 끼어있지만 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때로는 불필요해 보인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재연의 역할을 다시 한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재연은 자극적이고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더불어 그것은 굉장히 이야기적인 이미지이다. <PD수첩>의 재연은 매우 짧게 끼어있으며 그것이 재연 인지도 모른 채 지나갈 정도로 무용해 보인다. 이미지를 조금은 무의미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탐사보도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공적인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언론은 그에 걸맞은 힘을 가지게 된다. 그들이 하는 일은 공적 가치를 가진 일이다. 그들은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중요한 가치들을 더 잘 팔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이 보게 만들어야 한다. 그저 보도만이 능사는 아니다. 좋은 선물은 좋은 포장지에 담에 선물해야 근사해진다.



- M씽크 1기 김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