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5. 17:30ㆍContents/교양
MBC 캠페인 다큐멘터리 <기억록>
광장에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지식인들은 빼앗긴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 먼 타지에서 굳은 약속을 했다. 2019년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1919년을 기록하고 있다. MBC는 ‘캠페인 다큐멘터리’라는 신선한 방식으로 1919년부터의 100년을 조명한다. 3분의 시간 안에 우리는 지난 100년 간 대한민국을 지키고 이끌어 온 인물의 100인의 삶을 살펴본다. 독립,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지금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는 가치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바친 이들이다. <기억록>은 단순히 삶의 궤적을 나열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드라마가 있고, 음악이 있고, 그들을 기억하려는 이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들에게 짧지만 아주 강렬한 기록을 헌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콘텐츠 시대의 기억법이다.
함께 기억하다
<기억, 록>은 매화 문화∙예술∙스포츠 각 계의 유명인들이 등장해 각자 한 명의 인물을 조명한다. 유명인들의 등장은 눈길을 끌고 채널을 고정시키기에 적합하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알리는 캠페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셈이다.
그런데 유명인들의 참여는 단순히 이목을 끌기 위함은 아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물들을 기록한다. 국악인 송소희는 직접 작사한 곡 ‘비나이다’를 열창했다. ‘찬란하게 불어와 일으켜 세우소서’라는 노랫말은 청춘을 투쟁에 바쳤던 ‘조선의 잔다르크’ 김명시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다. 모델 한현민은 강렬한 퍼포먼스로 3·1 운동에 참여한 일반 민중들과 시인 심훈을 연기했다. 희망 없는 시대에도 독립에 대한 희망과 열의를 버리지 않았던 이들의 뜨거움에 걸맞은 퍼포먼스였다. 내레이션을 하는 배우들은 표정과 목소리로 인물들의 간절함을 연기한다. 시청자들 역시 당시 역사의 현장으로 초대받은 것처럼 몰입해 인물들이 느껴야 했던 그때의 감정을 함께 느낀다. 기억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심장의 여운이 머릿속 언어보다 오래 남을 때가 많다. <기억록>의 유명인 참여와 이들만의 기록은 시청자와 ‘함께’ 기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름 없는 이들을 기억하다
<기억록>이 0회에서 가장 먼저 기록한 이들은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그러나 역사에 이름이 남지는 못했던 무명의 민중들이다. 눈물과 희생으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아 올린 이들. <기억록>은 이들을 역사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기억하겠다는 약속으로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그래서 <기억 록>에는 교과서나 시험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이들이 등장한다. 기록에서 소외되어야 했던 여성들이 대표적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아내로 기억되지만 간호활동으로 독립운동을 활발하게 했던 독립운동가 ‘박자혜’. 수원 기생 독립운동의 선봉이 되었던 기생 ‘김향화’. <기억록>의 소개가 없었다면 이들의 주체적인 독립운동은 물론 이름조차 알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운동가’라는 이름 없이 자신의 직업 현장에서 뜻을 펼쳤던 이들도 있다. 일제의 탄압에서 학생들을 지키고 민족의식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교사 ‘홍순창’과 4.3 당시 제주도민들을 지키기 위해 명령을 불이행했던 경찰서장 ‘문형순’. 이들의 이야기는 자기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도 많은 이들을 구원할 수 있다는 깊은 가르침을 준다.
<기억록>의 100인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물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 또한 새겨야 한다. <기억록>이 발굴한 인물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 앞으로 더 많은 발굴 작업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억록>이 지금껏 우리가 기억하지 못했던 이들을 더 깊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억하여 기록하다
<기억록>은 캠페인이다. TV 편성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 광고 사이에 방영되는 식이다. 대신 iMBC.com, pooq, 네이버 tv, MBC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에서는 무료로 다시보기가 제공된다. 지난 100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 이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무리했어야 했는지까지도 <기억록>은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3분. <기억록>이 한 명의 인물을 기록하는데 쓰는 시간이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의 콘텐츠는 짧고 강렬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쉽다. 누군가는 지난 100년을 기억하기에 3분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100년을 ‘분’으로 환산하면 약 5천만 분이 라는 값이 나온다. 이 땅에 사는 5천 만 이들이 각자 1분 씩의 기억만 가져도, 100년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다. <기억록>에 참여할 시청자들의 3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기록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기억록> 다시보기 : http://www.imbc.com/broad/tv/culture/memory100/v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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