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누명'이 알려주지 않은 것>

2019. 11. 18. 09:55Contents/교양

- MBC 스페셜 <2019 지방의 누명> 리뷰

 

2019와 2016의 차이는?

2019 지방의 누명 1부의 첫 감상은'아쉽다'다. 2016년 방송에 비해 내용상의 큰 업데이트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한 시간 내내 이야기한다. 이는 2016년 방송에서도 비슷했다. 2019년 방송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LCHF 식단으로 좀 더 많은 질환이 개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16년 방송이 비만과 당뇨 개선 위주로 LCHF를 소개했다면 이번 방송에서는 건선과 면역 질환, 원인 모를 통증 등 더 많은 대사질환에 LCHF가 효과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1부 방송만 보자면 LCHF 식단은 정말 만능이다. 나는 여기에 일부 동의한다. 16년도 방송 당시 나 또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에 동참했고 두 달여 동안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체중 감량과 피로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이 LCHF 식단을'극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이 식단을 진행하며 부딪힌 몇 가지 문제들 때문이다.  

 

방송이 말해주지 않은 것 1. 다이어트는 돈이다

LCHF는 그냥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지방을 먹느냐’다. 보통 해외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것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코코넛 오일, 아보카도 오일 등 공정이 최소화된 식물성 오일이나 항생제를 줄인 좋은 고기로부터 나오는 기름, 그리고 가공을 줄인 버터다. 여기서 16년의 내가 LCHF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밥과 밑반찬 몇 개만 있으면 가능하던 식사에 오일과 버터 그리고 고기를 추가하면서 식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해당 재료들은 한국에서 그리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짧고 굵은 다이어트라면 어느 정도 감내할 만하다. 하지만 식단 다이어트의 기본은 ‘지속 가능성’이다. 계속 유지할 수 없다면 효과 또한 일시적일 것이다. 식단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는 2019년의 방송 또한 다루지 않는다. 방송을 보고 섣불리 장을 보다가 영수증을 보고 놀랄지도 모른다. 

 

 

방송이 말해주지 않은 것 2. 모든 사람에게 이 식단이 맞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지방의 누명’ 방송은 그 여파가 대단했다. 이후 LCHF 식단을 하는 사람들을 커뮤니티가 생겼고 나 또한 그곳에 가입해서 식단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다. 커뮤니티에는 LCHF로 건강을 되찾은 사람도 많았지만 LCHF를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다. 케톤을 과잉 생산하면서 신체에서 악취가 난다거나, 저혈당으로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무기력증과 면역력 저하를 경험한 예가 많았다. 아마도 이 사람들이 식단을 올바르게 이행하지 않았거나 , 이들이 LCHF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 등장하는 정보만으로는 내가 식단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부작용이 그만큼 소개되지 않아서다. 스스로 체중을 신경 쓰고 있다면 이 식단에 혹하게 되고 일단 따라 해 보게 되는 것이다. 방송이 특정 건강 방식을 긍정적으로만 조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방송이 해당 정보의 빛과 그림자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면 책임은 결국 시청자 혼자서 지게 된다. 이번 <지방의 누명> 1편이 식단 변화 효과의 더 많은 사례를 소개했기 때문에 LCHF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될 사람들 또한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을 보고 따라 하기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부를 기대하며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의 부작용과 올바른 방법은 2부에서 자세히 다뤄질 모양이다. 10주 간의 실험을 통해 참가자들의 변화를 살피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LCHF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을 것이다. 효과만큼 부작용과 위험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이 다뤄지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의사보다 미디어를 더 많이 접한다. 건강 문제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방송에서 몸에 좋다고 하는 식재료들이 방송 이후 불티나게 팔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건강을 다루는 프로그램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2016년부터 안아온 인기를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2019 지방의 누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