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연애미수>를 ‘왜’ 제작했을까

2019. 12. 27. 13:08Contents/드라마

얼마 전 MBC와 와이낫미디어의 합작 웹드라마 <연애미수>가 종영했다. <연애미수>는 네이버 TV에서는 첫 화 16만에서 시작해 마지막 화에서는 29만 명까지 돌파, 유튜브에서는 첫 화 76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1억 뷰를 넘긴 첫 웹드라마라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 배우 김향기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좋맛탱> , 여러 흥행작을 만들어낸 와이낫미디어 채널의 기존 구독자 수가 한몫했겠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흥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들었는데, 공중파 기반 방송사인 MBC가 왜 드라마에 뛰어들었느냐는 점이다. MBC에서 <연애미수>를 편성한 시간은 금요일 밤 1250. 아무리 젊은 연령대의 시청자가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다고는 하나, 시청률을 노린 편성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작품은 TV보다 먼저 유튜브, V LIVE, 네이버 TV, 그리고 페이스북까지 무려 네 플랫폼에서, 그것도 매주 먼저 볼 수 있었다. 돈을 내고 미리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방문만 하면 볼 수 있는, 그리고 다른 숏폼 영상이 가득한 플랫폼이어서 습관적 유입이 가능한 이들 플랫폼에서. MBC는 왜 <연애미수>를 제작했을까?

 

 

1020 시청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사실, MBC는 트렌디해 보이는 방송사는 아니다. MBC만나면 좋은 친구이긴 하나, 어딘가 인싸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MBC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 <주몽>, <대장금>, <동이> 등 긴 호흡을 가진 사극이나, <네 멋대로 해라><>처럼 아주 오래된 작품인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MBC의 최근 드라마 목록을 쭉 살펴보면, 2016년부터 <옥중화>를 끝으로 더 이상 대하 사극은 제작하지 않고 있고, 수사물이 대폭 늘어났으며, 작년에는 <위대한 유혹자>, 올해는 <신입사관 구해령><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방영하며 10대에서 20대를 타겟으로 삼은 드라마를 제작해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흥행작이 점점 줄어들면서 침체기를 지나고 있는 MBC 드라마가 1020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MBC 채널에서 직접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더라도, MBC 유튜브 채널에서 보는 5분 요약, 그리고 <연애미수>라는 작품이 MBC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MBC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할 가능성, 아니 최소한 ‘MBC가 이런 것도 하네?’ 하는 궁금증은 들게 할 가능성을 본 게 아닐까?

 

MBC표 하이틴 로맨스

학원 로맨스 작품이 꾸준히 많이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KBS의 학교 시리즈가 그 명맥을 이어왔을 뿐 <꽃보다 남자>, <공부의 신>, <장난스런 키스>, <드림하이>, <닥치고 꽃미남 밴드>, <드림하이2>로 이어지며 한때 승승장구했던 학원물은 이후에 <하이스쿨 러브 온>이나 <안단테> 등 아이돌을 내세운 이벤트성 작품이 나오긴 했지만, 그 외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이런 학원 로맨스 작품을 부활시킨 것이 바로 웹드라마였다.

2017년 웹드라마 <열일곱>을 시작으로 각종 하이틴 로맨스 웹드라마가 흥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출연한 배우들은 SNS상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았는데,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방송사에서도 정규 프로그램으로 다시금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를 속속 방영하고 있다.

하이틴 로맨스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인 배우들을 기용하는 일이 잦으니 캐스팅 비용이 적게 들 것이고, 캐스팅만 했다 하면 연기력 논란, 무임승차 논란에 시달리는 아이돌 배우들을 비교적 쉽게 기용할 수도 있다. 또 웹드라마에서 하이틴 로맨스로 화제성이 검증된 주인공을 그대로 캐스팅할 수도 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출연진 간의 케미스트리만 잘 보여주면 화제성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다시, MBC가 왜 <연애미수>라는 하이틴 로맨스 웹드라마를, 그것도 협업을 통해 제작하기로 했을지 생각해보면, 그간 MBC의 하이틴 로맨스 성적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MBC는 사실 하이틴 로맨스의 흥행하고는 관련이 없는 방송사 중 하나였다. 하이틴 로맨스 계의 고인 물 <반올림>과 무려 1999년부터 꾸준히 제작해온 <학교> 시리즈, <꽃보다 남자>, <공부의 신>, <드림하이> 등 하이틴 로맨스의 승자는 늘 KBS였고, tvN에서 제작한 <닥치고 꽃미남 밴드>도 당시 tvN에서 시리즈로 제작 중이던 꽃미남계열의 드라마와 함께 꽤 주목받았다. 하지만 MBC2010<장난스런 키스>에서도, 작년 <위대한 유혹자>에서도 이렇다 할 흥행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한 마디로 하이틴 로맨스에 관심은 있으나 흥행은 못 시키는 방송사였던 거다.

하지만, 흥행 경험이 있는 제작사와 함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늘도 덕질하세요>, <전지적 짝사랑 시점 특별판>, <일진에게 찍혔을 때>를 흥행시킨 와이낫미디어와 함께하는 선택으로 MBC는 다시 유행하는 하이틴 로맨스의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다음은 <XX>

MBC의 다음 협업 상대는 <연애 플레이리스트>, <이런 꽃 같은 엔딩> 등을 성공시킨 플레이리스트다. 하니와 황승언이 주연을 맡았고, 비밀스러운 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어떤 얘기일지 쉽게 가늠은 안 되지만, 하나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 건 지금까지 MBC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연애미수><어쩌다 발견한 하루>. 두 작품 모두 MBC에서 내세운 하이틴 로맨스였고, 웹상에서 높은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콘텐츠를 웹드라마를 통해 시도해보고, 정규 편성에도 내는 이런 시도는 앞으로도 MBC 드라마에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원래 잘하는 걸 계속 열심히 하는 건 사실 쉽다. 하지만, 점점 시청자들이 대하 사극에서 떠나고, 젊은 세대 취향의 작품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점에서 MBC 드라마는 어떤 중대한 결정이 필요했을 거다. 그게 바로 원래 잘하던 걸 잠시 멈추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움직임이었다. 다양한 수사물을 통해 장르물에 도전하고, 판타지 작품을 선보이고, 젊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신인 연기자를 기용하는 것으로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제대로 빵 터진 작품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각도로 도전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MBC 드라마의 앞날은 밝다.

 

 

<연애미수>는 마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솔직히 출중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배우로 성장할 만한 가능성을, 앞으로의 작품을 챙겨보고 싶을 만큼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고, 대본은 갑작스러운 엔딩이 아쉽기는 했지만, 톡톡 튀는 대사들이 좋았다. 지난 리뷰에서 말한 바 있듯 화면이 참 색감이며 구도며 감각적이었고. 다음 작품 <XX>, 그다음 작품도 한껏 올라간 MBC표 웹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작품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