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라디오] 라디오, '보여야만 하는' 새 라디오

2021. 11. 11. 18:56Contents/라디오

<아이돌 라디오 시즌2> X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아이돌 X 라디오, 가든 스튜디오를 활보하다

 

 

 지난 8월, MBC <IDOL RADIO 시즌2>가 약 11개월 만에 돌아왔다. 2018년 첫 방송 후 2년 이상 이어진 시즌1은 혁명적이었다. 첫째로, ‘아이돌’이 라디오의 테마라는 점이 그랬다. DJ도 게스트도 아이돌로 좁혔으니, 청취자층도 자연스레 그들의 팬으로 더 좁힌 셈이다. 과감한 선택이었다. 타 라디오에서 진행되던 초대석이나 특집보다 더 보고, 더 듣고 싶어 하는 팬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아돌라>가 혁명적이었던 두 번째 이유로는 역시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라디오라는 점에서 그랬다. 보이는 라디오는 이전부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라디오라는 이름 하에 대놓고 ‘보여야만 하는’ 방송이 만들어진 것이다. 게스트들은 등장부터 레드카펫 런웨이처럼 걸어 나온다. 또 출연 내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프로그램 안에는 포토존과 포토 타임, 그리고 신곡 무대부터 DJ가 게스트의 댄스를 배우는 코너까지 마련되어 있다.

 

 

 

 MBC가 특별한 방송날에 청취자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마련해둔 가든 스튜디오. 이곳을 <아이돌 라디오 시즌1>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서 게스트와 팬들은 출연날마다 ‘미니 팬미팅’을 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시즌2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무기한 무관객으로” 진행됨을 매 회차마다 알리며 시작한다. 그러나 다양한 볼거리를 위주로 청취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 


유니버스의 도입? 그 이유는

 

 

 

 ‘보여야만 하는 라디오’라면, 플랫폼이 문제이다. 제작진은 <아이돌 라디오>를 기존 라디오 채널과 앱으로만 담아내기에 제약이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보이고 들리는 것이 모두 활성화되며, 동시에 아이돌 팬층에게 다가가기 쉬운 플랫폼은 어디일까.

 <아이돌 라디오 시즌1>은 Vlive를 메인으로 활용하며 방송되었다. Vlive는 ‘돌팬(;아이돌 팬층)’이라면 대부분이 보유 중이었을 플랫폼이니, 접근성 면에서 뛰어났다. 또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위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이기에 <아이돌 라디오>의 특성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도 쉬운 플랫폼이 아니었을까 한다. 

 

 

 1여 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에서는 ‘NC 유니버스’와 새롭게 손을 잡았다. 유니버스는 NC소프트가 처음 내놓은 All-in-one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이다. 슬로건인 ‘For Fans, With Artists’처럼,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하는 기능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처럼 아이돌 팬덤 중심으로 소비를 촉구하고 있다. ‘아이돌 라디오’가 진행되기에 어울리는 곳이다. 그러나 유니버스는 Vlive와 비교할 때는 아직까지 대중적인 플랫폼은 아니다. 아이돌 라디오 출연 때 일회성으로 시청하기 위해 어플을 설치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청취자부터, 애플리케이션 자체의 렉과 발열 등 문제로 겪는 불편을 지적하는 팬층도 다수 보였다.

 

실제 사용 시 쉽게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

 

 유니버스에서 단독으로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에 아쉬움울 표하는 이들이 많기에, 접근성이 높고 안정적인 Vlive 플랫폼을 계속해서 이용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MBC가 시즌2에서 유니버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니버스는 최초의 k-pop all-in-one 플랫폼인 만큼 콘텐츠와 서비스 측면에서 아이돌에 ‘특화’된 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NC는 유니버스를 통해 소통 서비스에 메타버스나 음성 AI 기술을 결합하기도 하며, K-POP과 아이돌-팬덤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지상파 라디오’의 색보다는 ‘아이돌 전문 앱’ 유니버스의 색을 입히며 이 채널을 먼저 선점한 <아이돌 라디오 시즌2>가, 점점 더 팬덤 문화 내에서 보다 대중적이고 접근성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라디오는 얼마만큼 라디오다워야 할까

 

 <아이돌 라디오>는 라디오에 대한 편견을 깼다. ‘편견 깨기’를 목적으로 걷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이돌 라디오>의 참신한 특성 덕에, 더불어 청취자와 더 효과적으로 만나기 위한 창구가 변화한 덕에 말이다.

 

 

 현재까지는 이 정체성의 모호함에 혼란을 느끼거나, 분명함을 원하는 청취자도 있다. 라디오 같지도, 토크쇼 같지도, 예능 프로그램 같지도 않은 <아이돌 라디오>에 ‘정신없다’라는 류의 부정적인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시즌2의 시작과 함께 DJ와 진행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새로운 DJ와 대본의 합이나, 코너의 정리가 필요해 보여 이러한 점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아돌라는 더 이상 기존의 라디오 문법만을 따르지 않고, 여러 가지를 뻗어보며 ‘정체된 라디오’가 아니도록 돌파구를 찾는 중이라는 점이다. <아이돌 라디오>의 개성이 매력적인 만큼, 고유의 색을 더 다듬어가며 오래 사랑받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