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무엇이 다를까

2019. 6. 12. 20:19Contents/드라마

 

MBC 수목드라마 <봄밤>이 어느새 6화나 지나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12화지만, 이해하기 쉽게 6화라고 해두자) 벌써 절반 문턱 즈음 온 이 드라마를 나는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 처음 존재를 알게 된 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끝이 나고 기사로 접했던 것 같다. 안판석 감독과 정해인 X 손예진이 다시 뭉친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번복했다가, 정해인 합류는 사실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그 이후로도 오보가 많았다. 정해인 씨가 <봄밤>에서도 연하남으로 나온다는 기사를 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난 그 기사 덕분에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그것도 같은 감독님과 연달아 (배우와 감독이 여러 번 찍기도 하지만, 연속으로 함께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할 정도로 매력적인 극인 걸까. 그는 왜 선택한 것일까. 무엇에 끌렸을지 의문은 커져만 갔고, 마침내 드라마를 보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도 본 시청자 관점에서 어떤 부분이 더 좋았고 아쉬웠는지 딱 하나씩만 꼽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좋은 점]

우선 갈등이 고조되어 좋았다. 세상에나, 벌써 정해인 씨가 애 아빠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줄이야. 미혼부가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극은 처음 본 것 같다. 기존에 아예 없진 않았겠지만, 보통 미혼모가 더 흔히 나오지 미혼부 이야기는 훨씬 드문 게 사실이다. 아이가 있는 유지호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이정인이 집안에서 또 사회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할지 뻔하다. 유지호 역시 편견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의 발걸음은 항상 멈칫할 수밖에 없다. 유지호를 결혼시키려고 하는 어머니마저 당연히 이혼한 여성을 주선할 생각을 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색안경이 공공연한지 잘 드러난다.

 

 

 

또 현재 이정인의 남자 친구로 등장하는 권기석 역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 씨 남자 친구로 등장한 이규민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이다. 적어도 바람을 핀 주제에 지질하게 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드라마에서 대놓고 그를 쓰레기로 만들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이정인과 유지호가 넘어야 할 산은 훨씬 가파르게 된다. 물론 6년 가까이 되는 연애 동안 늘 무심하게 피곤한 건 적당히 피해 가면서 정인을 내버려 두긴 했지만, 정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봤을 땐 그들 연애에 헤어질 만한 직접적 이유가 없다.

 

기석의 아버지가 꼭 필요한 정인의 아버지는 정인과 기석이 무사히 결혼에 성공하기를 누구보다 바랄 것이다. 이렇듯 각자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관계는 고작 6살 연하 (요즘 시대엔 정말 ‘고작’이다), 이미 집안끼리 친했던 사이, 그다지 좋지 못한 가정환경을 둔 남자가 갈등 요소 전부였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보다 훨씬 개연성 있게 다가온다. 유지호를 반대할 부모님의 입장도, 유지호에게 밀렸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할 권기석도 이해가 되니 말이다. 솔직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누가 봐도 전 남자 친구가 쓰레기고, 서준희 (정해인 씨)가 훨씬 괜찮은 남자임에도 위에 적힌 이유로 반대하는 어머니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쉬운 점]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잘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크게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배우진들 상당수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겹친다는 점이다. 물론 두 작품 중 하나만 보는 시청자에겐 해당하지 않을 문제겠지만, 두 작품 다 본 입장에서는 꽤나 불편했다. 특히 1, 2화를 볼 때 심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막을 내린 지 고작 일 년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시청자들 머릿속에 인물들과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 와중에 동일한 장르에서 똑같은 배우가 다른 역할을 맡으니 첫 방송을 볼 땐 ‘어, 저분도 나오네?’ 혹은 ‘저번에는 손예진 아빠였는데 이번에는 정해인 아빠네?’라는 생각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특히 현재 이정인 여동생으로 출연하는 이재인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 씨 직장 동료 (후배가 아닌 동료이다)로 나왔던 배우이다. 전작에서는 손예진 씨와 동료로 나왔다가 이번에는 한지민 씨 여동생이라니. 아무리 봐도 ‘친구 정도가 적당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봄밤> 속 역할에 많이 적응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서인 (한지민 씨 언니 역) 상사로 등장하는 분을 볼 때마다 잠깐씩 ‘손예진 씨 회사 대표님이었는데’가 스쳐 지나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꼭 이렇게 같은 배우분들을 또다시 캐스팅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른 연기 잘하는 배우에게도 기회가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싶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제 6화까지 온 드라마답게 아직 폭풍전야 상태이다. 곧 부모님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이 유지호와 이정인의 관계를 알게 될 것이고, 과연 둘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몹시 궁금하다. 기석이 한풀이를 할 거라고 예고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지도 기다려진다. 사실은 바람이나 불륜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보는 건 <봄밤>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나도 몰래 만나는 것처럼 한껏 긴장한 채로 보게 되는데, 이게 웬만한 스릴러 뺨치는 쫄리는(?) 맛을 선사한다. 홀로 ‘감정 스릴러’라고 부르고 있는 <봄밤>, 모르긴 몰라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보다 훨씬 극적이고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예상이 맞는지는 결말까지 지켜보면 알겠지, 뭐.

 

어쩌면 봄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봄밤>에 빠지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