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님이 나나랜드에 입장하셨습니다

2019. 6. 11. 18:42Contents/예능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연기지망생 미아. 정통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세바스찬. 그들이 만나는 곳은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영화 <라라랜드>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사랑과 꿈을 이뤄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이 라라랜드를 패러디해 '나나랜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나나랜드'란 사회가 만든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기준인 세상에 사는 것을 말한다. 나나랜더들은 자신을 무한 긍정하며, 그들만의 기준을 구축한다. 나나랜더는 '자기 몸 긍정주의', '탈 코르셋'과 같은 사회의 시선에서 살짝 빗겨 난 주체적 삶의 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나랜드와 1인 미디어 시대

 사실, 나나랜드를 자기만족 추구자라는 뜻의 '자. 만. 추'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와는 조금 다르다. 나나랜드는 단순히 개인의 특정 가치관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 현상과 연결된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 소개될 만큼 나나랜드 현상은 눈여겨봐야 할 대표적 트렌드이자 문화이다. 특히 1인 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은 나나랜드 현상과 연결된 대표적 결과물이다. 1980년 이후 출생한 일명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며, 획일성, 통일성을 추구하던 과거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가치관이 반영되어 유튜브,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생산되는 나나랜더들의 1인 미디어 콘텐츠들은 폭발적으로 퍼블리싱 되었고, 그들의 삶에 방식에 우리는 더욱더 열광하게 되었다.

 

 요즘엔 친구보다 유투버의 일상을 더 가까이 잘 안다고 할 만큼 나나랜더와 절대적으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나나랜더들은 먹방, 요리, 캠핑, 스포츠 등 다양한 일상과 취미들 속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영역을 깊이 파고들어 서로를 소통한다. 구독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보단, 대부분 그들의 나나랜드 속에 들어와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기를 원한다. 실시간으로 채팅을 통해 대화도 하고, 게임도 하고, 저녁거리를 제안한다. 1인 미디어라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채널의 성격 덕분에 어쩌면 무인도처럼 외로울 수 있었던 나나랜드는 비옥한 토양과 풍성한 과일들이 가득한 원더랜드로 끊임없이 진화해나가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로의 진입, 1인 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문화적 환경에서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시작부터 많은 화제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언제나 주류(main stream)로서 도도했던 지상파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1인 미디어의 숙명적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즌1은 지상파 방송 채널의 소통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적인 콘텐츠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최근 많은 이들의 반가움 속에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시즌2가 다시 시작되었다. 플랫폼의 변화와 기부 제도 도입(경쟁이 아닌 상생 추구)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시즌1에 비해 바뀌었지만 ‘지상파와 뉴미디어의 결합’ 그리고 ‘참여자와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은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시그니쳐라 할 수 있다.  

 

마리텔 시즌2 속 나나랜드

 마리텔 시즌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참가자 하면 단연 강부자와 야노시호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중년 연기자 강부자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축구광이라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연기만 하던 그녀의 모습에서 ‘축구’라는 취미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동시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단순히 축구를 시청하는 정도가 아닌 직접 전술을 짜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축구 용어를 설명하며 중계를 하기도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성별이나 나이가 많고 적음에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에게 연기 이외의 나나랜드는 바로 축구였다.

 

 하와이의 호놀룰루에는 또 다른 나나랜더가 있다. 일본의 유명 모델이자 한국에선 추성훈의 아내, 사랑이 엄마로 더 유명한 야노시호가 마리텔 시즌1,2 통틀어 최초로 해외에서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그녀는 하와이에서의 라이프를 소개하고, 일과 육아에서 모두 최선을 다하는 워킹맘의 모습을 보이며 초반의 짧은 출연으로도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자연 속에서 통 유리로 시야가 탁 트인 많은 사람들이 동경할만한 근사한 집, 화창한 햇살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 그리고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블루 라군 위에서 보드 요가를 즐기는 그녀의 호놀룰루 라이프는 그 자체만으로도 황홀해 보이기 충분한 그녀만의 나나랜드다.

 이밖에 마리텔 시즌2에는 다양한 나나랜더들이 매주 새롭게 등장한다. 출연자들 모두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콘텐츠로 삼아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든다. 사실 마리텔 시즌1 때도 요리전문가 백종원과 파티시에 유민주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리텔의 인기가 사그라졌고, 마침내 종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마리텔은 더 많은 유저들과 소통이 가능한 트위치와 네이버 해피빈으로 기부되는 도네이션 콘셉트이라는 차별화로 도약을 꿈꾸며 성장 중이다.  

 

마리텔의 성공적 나나랜드를 위한 3가지 키워드    

 마리텔은 공중파라는 기존의 질서에 1인 미디어라는 뉴미디어의 콜라보라는 획기적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공중파의 장점을 가득 살려 1인 미디어 시장의 성공 키워드를 따라간다면, 마리텔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며 사실 이를 시즌2에서는 이미 많이 반영한 듯하다. 성공의 키워드는 소통과 개방성, 그리고 탄탄한 콘텐츠의 매력이다. 

 

 1인 미디어에서 소통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트위치라는 플랫폼이 최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점 역시 소통성이다. 이는 트위치를 이용하고 있는 마리텔 시즌2가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기존의 마리텔은 시청자의 제한을 두고 채팅을 통해서 쌍방향 소통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트위치를 활용하면 전 세계의 글로벌 유저들이 거의 제한 없이 동시에 프로그램 접속이 가능하고, 단순 채팅뿐 아니라 투표 및 도네이션 등의 프로그램 운용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시청자들의 참여도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더 높아졌으면 하는 아쉬움을 시즌2에서는 새로운 뉴미디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더 많은 소통으로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1인 미디어 성공 키워드로 개방성 역시 빠질 수 없다. 성공하는 유투버들의 콘텐츠는 개방적이다. 예를 들어, 인기 유투버 벤쯔의 채널을 살펴보면, 먹방 콘텐츠 외에 신혼여행 브이로그와 같은 개인의 일상이 담긴 영상들을 올리거나 여행 일상을 올린다. 자신의 관심사를 넘어 나나랜드를 살펴보는 구독자들은 나나랜더의 삶의 일상적인 모습과 방식들을 궁금해한다. 사실 마리텔 시즌1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정형화된 스튜디오 진행이었다.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제약적인 모습을 넘어 시즌 2에서는 하와이, 노래교실 등 다양한 공간적 개방성을 통해서 풀어나가고 있다. 한계성의 틀을 넘어 다양한 인물과의 컬래버레이션과 장소의 변화는 보는 재미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나나랜더의 모습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단하고 차별화된 1인 콘텐츠의 매력다. 소통과 개방성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맞지만, 나나랜더는 무너지지 않은 자신만의 콘텐츠가 꼭 필요하다. 사회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나나랜더에게 시청자들은 결국 사로잡힌다. 요리면 요리, 게임이면 게임 등 그들만의 콘텐츠로 무소의 뿔처럼 무섭게 나아가는 나나랜더의 압도적인 매력을 마리텔 시즌2에서 더욱 부각되어 드러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 주니까."

 꿈을 좇는 라라랜드 여주인공 미아의 한 대사다. 자신만의 콘텐츠로 차별화된 열정적인 나나랜더. 그리고 더 나아가 더욱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나가는 마리텔 시즌2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트렌드의 차별화된 콘텐츠 생산이 시청자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기부라는 아름다운 뉴미디어 시대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기를 더욱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