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BC 파일럿, 아쉬움은 놓고 갑시다

2019. 12. 30. 01:03Contents/예능

 어느새 2019년이 다 갔다. 1월 신년 계획을 짜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먼 미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2020년이 왔다.

 2019년 MBC 예능에는 기억에 남는 변화가 많았다. MBC 간판 예능 중 하나였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라는 이름으로 새 시즌을 시작했다. 또 유재석과 김태호 조합의 새로운 예능, [놀면 뭐하니] 역시 첫 선을 보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반짝 나타난 파일럿 프로그램들도 많았다. 파일럿 맛집 MBC 답게 새로운 설정과 포맷을 가지고 나타난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개중에는 정규 편성을 바랄 만큼 참신하고 재미있는 파일럿이 있었던 반면, 아쉬움과 우려를 남긴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쉬움을 떨치고 2020년을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아쉬움을 남긴 2019 파일럿 프로그램을 꼽아보았다.

 

이젠 너무 많아! 관찰 예능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관찰 예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제만 다른 관찰 예능들이 다양한 방송국에서, 또 한 방송국에서도 몇 개씩 방영되고 있다. 최근 들어 관찰 이외의 다른 포맷 예능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관찰 예능은 여전히 TV 예능의 주류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관찰 예능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는 시청자가 늘어났다. 관찰 예능의 시청률 부진이 그 결과를 보여준다.

 

 MBC 파일럿 예능 중에서도 관찰 예능이 눈에 띈다. [오래봐도 예쁘다]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지 못한 2부작 파일럿 예능이다. 초보 반려 생활 간접경험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펫시터 체험을 하는 초보 집사 연예인들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VCR로 지켜보며 동물과 함께 사는 팁을 전수하는 예능이었다. 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타 관찰 예능과의 차별점이 크게 드러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파일럿, [공부가 머니?]는 관찰 예능이 가지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카메라에 담긴 출연자의 삶에 시청자는 자신의 삶이나 도덕 잣대를 가져다 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의 생활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이 조성되는 부작용이 있다. [공부가 머니?]는 삶의 여러 부분 중에서도 출연자의 자녀와, 그 교육 방식을 다루는 관찰 예능이다. 교육열과 양육에 대한 이슈에 예민한 대한민국에서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공부가 머니?]의 출연자들은 파일럿 방영 때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공부가 머니?]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만큼, 출연자의 삶에 대한 배려와, 그들의 생활 방식을 방송하는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비슷한 예능

 

 하늘 아래 창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미술이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이 말은 영상과 방송, 그리고 예능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비슷한 포맷은 예능의 흐름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내용에는 평가가 박해지기 마련이다. 타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평을 MBC 파일럿 예능도 피해가지는 못했다.

 

 [신기루 식당]은 제목과 컨셉이 공개되었을 때, 유명 요리 예능이었던 [윤식당]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피해 가지 못했다. 식당을 연다는 예능 소재가 흔하지 않았던 만큼 직접적인 비교 역시 있었다. 뚜껑을 열어본 [신기루 식당]은 한국의 식재료를 찾아다니는 등 [윤식당]과의 유사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외국인 셰프가 한식을 대접한다는 점, 그리고 한식 재료를 탐방하는 모습에서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오묘한 프로그램이었다. 분명 특징은 존재했지만, 기시감을 떨치지 못한 프로그램이었다.

 

 음악 예능이 늘어난 지금,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이 타 음악 프로그램과 비슷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준비 과정과 공연의 구성의 음악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으로 ‘다시 쓰는 차트쇼’라는 설정을 부여했지만, 추억의 노래로 승부를 벌이는 모습은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를 연상케 했다. 현재의 가수들이 옛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는 것 역시 [불후의 명곡]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비록 과거의 차트를 재구성한다는 좋은 설정이 있었지만, 그 차트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다른 예능을 떠올리게 만들어 설정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물론 좋은 파일럿들도 많았다.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예능이라는 컨셉으로 설날 파일럿 시청률 1위를 당당히 차지하며 정규 편성 프로그램이 되었고, [같이펀딩]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조명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아쉬운 예능 프로그램 역시 장점은 가지고 있었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나 소재면에서 공익적인 의도와 참신함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기시감과 포맷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그 매력을 가리는 요인이 되었다. 

 

 좋은 일들은 2020년까지 가져가고, 나쁜 일들은 2019년의 끝과 함께 떠나보내기로 하자. MBC도 2019년도에 아쉬웠던 점들을 발판 삼아 2020년에는 더 재미있는 예능들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